한일커플, 어떻게 만나 결혼했을까?

자신이 외국인과 결혼할 거라고 처음부터 확신을 갖는 사람이 있을까?

보통, 사람들은 국제결혼한 사람들을 특별한 눈으로 바라본다. 어쩌면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로 볼 수도 있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묘한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부러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제결혼율은 2009년 6월을 기준으로 전체결혼의 11. 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보은 함평, 임실, 단양 등 일부지역의 경우는 40%까지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국제결혼 커플이 더 이상 특이한 일이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국제결혼한 커플들의 실제 삶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들은 과연 특별한 사람들일까?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넘어 결혼에 골인한 한일커플들에게 그들의 만남에서 결혼까지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취재에 응해준 이들은 현재 모두 일본에서 거주중으로 남편이 일본인인 20대 두 커플, 부인이 일본인인 30대 두 커플로 총 네 커플이다. 20대 커플은 직접 인터뷰 혹은 전화인터뷰를 시도했고, 30대는 이메일 인터뷰를 실시했다.

한일커플, 어떻게 만났나?

▲ 결혼식-사진은 이미지입니다-     ©이승열/jpnews

– 20대 한국여성, 일본남편, 결혼 4년차, 자녀없음

o씨(28)는 유학중 우연히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에 골인한 케이스다.

o씨가 일본에 오게 된 계기는 한국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었기 때문. 이왕 일본어 공부하는 거 일본에서 직접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6년전, 도쿄로 건너와 어학연수부터 전문학교까지 마쳤다.

남편과의 첫 만남은 부동산에서 이루어졌다. 일본어를 잘하지 못하는 친구를 대신해서 자취방을 알아봐주기로 했는데, 우연히 부동산회사에 다니고 있던 남편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남편은 상냥하게 이것저것 설명해주었고, 결국 계약은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몇 주후 남편에게 ‘집 잘 구했냐’는 메일이 왔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은 따로 몇 번 데이트를 했고, o씨가 다니고 있던 교회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반년정도 교제를 하고 있던 중, o씨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전문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한국에 돌아갈 것인지, 결혼해서 일본에 살 것인지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당장 헤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원거리 연애에는 자신이 없었다.

이런 생각을 남편에게 전했고, o씨와 남편은 국제결혼을 선택했다. 그러나 국제결혼에는 예상치 못한 벽이 많았다. 우선 한국집에 결혼허락을 받으러 갔을 때, o씨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혔다. 외국인 사위에 대한 거부감은 물론, 마른 몸에 눈이 찢어지고 턱이 뾰족한 남편인상이 안 좋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o씨의 의견은 확고했고, 남편은 준비해간 한국어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제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o밖에 없습니다’ 라고 쓰인 편지는 o씨 몰래 한국어책을 보며 남편이 준비한 것이었다. o씨는 남편의 편지에서 이 결혼에 대한 더욱 확고한 의지를 가지게 되었고, 반대하던 어머니도 궁합을 보고 오더니 이윽고 ok 사인을 내리셨다.

그리하여 2006년 12월, 혼인신고를 먼저하고 2007년 1월에 일본에서 가족끼리 소박한 결혼식을 올렸다.

– 20대 한국여성, 연하 일본남편, 결혼 2년차, 자녀 1명

k씨(27)는 도쿄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남편을 만났다.

일본어학과를 졸업하고 면세점에서 근무하던 k씨는 ‘더 늦기전에 일본에서 취업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교 때도 1년동안 일본대학에 교환학생 자격으로 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취업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k씨는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하게 되었고, 합격하여 지난 2007년 6월 일본에 오게된다. 일본어전공, 교환학생 경험, 면세점 근무 등 일본어에는 자신있던 k씨는 생각보다 빨리 취업에 성공했다.

남편을 만나게 된 것은 회사에서 주최한 연말 온천여행에서였다. 사장님과 친분이 있는 회사의 멤버들이 10여명 모여 온천여행을 갔는데, 그 중 나이 또래가 비슷해 보인 남편이 있었고, 곧 친해지게 되었다.

알고보니 남편은 두 살이나 어렸고,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연락처 교환을 하게 되었다. 그 후로도 회사 모임으로 몇 번 더 만나고 개인적으로도 만나다가 교제 스타트. 둘 다 술을 못 마시고 성실한 성격이라 금방 의기투합했고, 몇 달만에 결혼을 전제로 사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을 서두르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예상보다 빨리 임신을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자신들도 당황했지만, 결혼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시기가 빨라졌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덜컥 임신이 되고 나니 배 나오기 전에 결혼해야된다는 생각에 마음은 조급해졌다.

우선, 일본에 있는 남편댁에 결혼 허락을 받으러 갔을 때, 남편 아버지는 일본 비자(외국인이 체류할 수 있는 자격) 때문에 결혼하는 것은 아닌지 살짝 의심했다. 20대 초반인 아들이 갑자기 외국인 며느리, 그것도 임신한 며느리를 데려왔으니 언짢을 만도 했다.

그러나 k씨가 당시 다니고 있던 명함을 내밀고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자 아버지의 의심은 풀렸고, 가볍게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 고비는 한국 k씨의 집. 몸이 안 좋으신 어머니가 수술을 받고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 ‘왜 하필 일본 사람이냐’며 반대를 하셨다.

그러나 남편을 직접 보고, 나이보다 성숙하고 생각이 깊은 모습에 한시름 놓게되었고, 결정적으로 ‘딸한테 평생 돈고생은 안 시킨다’는 점쟁이 말에 결혼을 승낙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양가 부모님의 축복을 받은 k씨 부부는 2008년 5월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9월에 일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 일본 전통 결혼식 풍경     ©jpnews

– 30대 한국남성, 일본부인, 결혼 5년차, 자녀 1명

d씨는 어학연수를 와서 다닌 일본어학교에서 현재 부인을 만났다.

일본에 처음 온 건 2000년 2월. d씨는 대학교 마지막학기를 남기고 6개월 어학연수를 왔다. 만화에 관심이 많아 만화잡지사에 입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어학연수를 결심하게 되었다.

흔하디 흔한 케이스이지만, 부인이 일본어학교의 선생님이었다. 당시 다니고 있던 일본어학교에서 선생님께 만다라케(만화 콘텐츠 관련 쇼핑몰)에 가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같이 따라가 주었다. 일본어도 많이 가르쳐주고 그렇게 친해졌다. 그러나 d씨는 처음 계획대로 6개월 후 한국에 돌아갔고, 부인도 한국에 따라가게 되었다.

그렇게 3~4년을 사귀면서 자연스럽게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오래 사귀었기 때문인지 부모님의 반대도 없었다. d씨의 부모님은 감정표현이 많지 않으신 분들. 하지만 어머니는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4년 6개월 전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유는 특별히 없지만 그냥 남자쪽에서 하기로 해서였다. 대신 일본에서 부인의 친척, 친지들이 30명 정도 와 주었고 쓸쓸하지 않게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2004년에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 30대 한국남성, 일본부인, 결혼 8년차, 자녀없음

j씨 역시 일본어학교 선생님과 제자로 만났다.

부인이 직접 가르친 적은 없었지만, 얼굴은 알고 있던 사이였고 본격적으로 교제가 시작된 것은 부인이 한국에 어학연수를 오게 되면서부터. 일본어학교 선생님이었던 부인은 ‘한마디도 못하면서 일본에 오는 유학생의 마음을 이해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3개월 어학연수 예정으로 한국에 왔다.

이미 귀국해서 대학에 다니고 있던 j씨와 부인은 그렇게 한국에서 재회하게 되었고 금새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3개월 예정이었던 한국어 연수는 3년이 되었고, 매일밤 둘이 술을 마시며 데이트를 했다.

그러다 부인이 일본으로 돌아가 다시 일본어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을때, j씨의 부모님이 일본을 방문하게 되었다. 단순히 여행목적이었으나 어쩌다보니 부인의 부모님과 상견례하는 자리가 마련되었고, ‘둘이 잘 되면 좋겠네요’ 라고 j씨 어머니가 말하자 그 때까지 교제를 반대하던 부인 아버지가 ‘그렇네요’라고 대답. 그렇게 갑작스럽게 결혼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j씨 어머니는 처음 일본여성과 교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말도 안 통하는데 어쩌냐’며 걱정했지만, 부인이 한국에서 3년간이나 공부한 덕택에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부인의 아버지는 결혼을 허락하는 대신 반드시 일본에서 살아야한다는 조건을 내세웠고, 그에 따라 j씨는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건너왔다.

그리하여 j씨 부부는 2001년 10월 혼인신고를 하고, 이듬해 3월 일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 2007년 웨딩마치 o씨 커플

일부러 공통점이 있는 한일커플을 뽑은 것도 아닌데, 우연찮게도 인터뷰에 응해준 네 커플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20대 두 커플은 집안의 반대를 겪다 한국 어머니들이 궁합을 보고 와서 결혼을 허락했고, 30대 두 커플은 일본어학교 선생님과 제자로 만나 일본어선생님이 한국으로 어학연수와서 전격으로 결혼에 골인한 커플이었다.

한일커플들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국경을 넘은 사랑, 국제결혼이라 할 지라도 남녀가 만나 데이트하고 결혼하는 과정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남녀가 만나 서로 사랑하고 결혼을 생각하는 과정은 어느 나라 사람이나 똑같이 두근거리는 것.

한일커플 웨딩스토리 2부에서는 국적이 다른 시부모님과의 트러블, 한일커플의 부부싸움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에 대해서 다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