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후회는 없지만 외롭다!

‘사랑엔 나이도 없고 국경도 없다’

왠만한 사람이면 다 들어봤고 공감할 만한 말이다. 사랑에 눈이 멀면 나이차이도 언어차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보다 더한 장애가 있다고 한들 불타는 사랑을 가로막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사실이다. 연애할 때는 죽어도 좋을만큼 사랑했어도 결혼해서 같이 살다보면 트러블이 생기게 마련. 그런데 하물며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외국인과 같이 산다면?

그래서 한일커플 인터뷰 2부로는 외국인과 결혼해서 느끼는 고민, 트러블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인터뷰에 응해준 커플은 일본에 현재 거주중인 20대 두 커플과 30대 두 커플로, 20대 커플은 직접 인터뷰와 전화로, 30대 두 커플은 이메일로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한일커플 웨딩스토리 1부는 여기::: 한일커플 어떻게 만나 결혼했을까?

한일커플의 부부싸움, 시부모님 관계 그리고 타국에서의 외로움

▲ 사진은 이미지입니다    © 이승열/ jpnews

– 20대 한국여성, 일본남편, 결혼 4년차, 자녀없음

연애결혼에 성공해서 결혼한지 4년이 지난 지금도 신혼기분을 만끽하고 있는 o씨.

연애할 때는 툴툴대고 가끔 신경질적이었던 남편은 결혼 후 훨씬 애교도 많아지고 가정에 충실해졌다. 엄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o씨는 어린시절 받고 싶었던 따뜻한 부모님 사랑을 남편에게 받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결혼생활에 불만이 없다.

그러나 o씨는 가끔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낀다고 한다. 일본사회에 틀어박혀 혼자서 외국인으로 사는 기분이라는 것이다.

현재 전문직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o씨는 평일에 하루 8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클래스에서 외국인은 o씨 단 한 명. 일본인 속에서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고, 쉬는 시간에 수다를 떨고, 점심시간에 같이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 일본어로는 더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tv를 켜면 일본어로 떠드는 방송뿐이고, 남편이 퇴근해 돌아오면 또 일본어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주일을 그렇게 꼬박 일본 사회에 파묻혀 있다보면 문득, 한국어로 막 떠들고 싶은 욕구가 들기도 한다.

집 평수, 자동차 종류, 남편 연봉으로 비교되는 한국에서 사는 것은 싫지만, 그렇다고 일본인 사이에서 평생을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면 외로워진다. 지금은 그나마 일주일에 한번 한국인들이 다니는 교회에 다니고 있어서 좀 낫다고 한다. 교회에서 한국말로 말하고 싶은 욕구나 한국사람들과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시부모님과의 관계는 한국보다 훨씬 자유로워 좋다고 한다. 명절에 불려가서 음식을 만들거나 하는 것도 없고, 외국인 며느리니까라고 생각하고 관대하게 봐 주신다. 시댁에서 요리점을 하다보니 때만 되면 쌀이며 부식거리를 보내주신다. 간섭은 안하고 챙겨주는 것이 많은 편이다.

한국어나 한국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있지만, 교회에 다니고 일년에 한번정도 한국에 가는 것으로 현재 생활에 만족을 느끼고 있다.

– 20대 한국여성, 일본남편, 결혼 2년차, 자녀 1명

회사모임에서 연하남편을 만나 속도위반으로 결혼에 골인한 k씨.

일본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아기를 낳았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출산을 할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기를 낳고 처음으로 남편이 아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일본에서 홀로 출산을 했고 한국 어머니는 몸이 안좋아서 일본으로 건너올 수 없었다.

일 끝나면 바로바로 남편이 돌아오지만, 그래도 아기를 낳고 혼자 있는 것에 대한 외로움이 몰려올 때가 있다고 한다. 벌써 10개월이 넘은 아기의 엄마가 되었지만, 요즘도 한국 어머니가 그립고 보고싶고 응석을 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출산, 육아가 생각보다 너무 힘든 일이어서 남편과도 티격태격 다투는 일도 있다. 하루종일 회사일에 시달리고 온 남편도 힘들겠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와 씨름을 하고 나면 저녁에는 남편이 대신 좀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런 일들로 부부싸움을 하기도 한다.

시어머니께는 매일 전화를 드리고 있고 이틀에 한번씩 휴대폰 문자를 주고 받는다. 문자의 주내용은 일본 요리 레시피 같은 것으로 외국인 며느리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시댁은 나고야(名古屋)로 도쿄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니지만 출산하고 아직 갈만한 여유가 없었고, 대신 시어머니가 두 번 오셨다.

한국 드라마에서 보는 시어머니와 비교하면 일본 시어머니는 묵묵히 서포트해 주시는 편이라는 k씨. 일본 시부모님은 간섭하기 보다는 필요한 것을 말하기 전에 챙겨주시는 편이라고 한다.

일본에 온지 3년차, 결혼한지 2년차인 k씨지만 결혼, 출산이라는 것을 겪고 나서 고향을 등지고 사는데 대한 외로움이 생겼다. 좀 더 가까이 친구나 가족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혼자 알아서 다해야 되는 생활이 힘들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k씨는 새삼, 국제결혼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사람과 맞춰가며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일본어를 하지만, 한국어로 했으면 더 많이 표현했을 말을 못하고 지나갈 때, 남편에게 100% 기분을 전달할 수 없을 때 한계를 느낀다.

그래서 k씨의 소망은 하나. 가능하다면 1년에 반은 한국에서, 반은 일본에서 사는 것이다.

– 30대 남성, 일본부인, 결혼 8년차, 자녀없음

일본어학교 선생님과 제자로 만나 결혼에 골인한 j씨.

부인 아버지의 완고한 뜻으로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건너와 보금자리를 꾸렸다. j씨와 부인 모두 일본어, 한국어가 가능했기 때문에 어디에서 살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지만 장인의 뜻에 따라 일본에서 살림을 시작하게 되었다.

j씨 부부는 결혼하고 처음 몇 달간은 처갓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짧은 기간이었지만 처갓집에서 가족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가족 내에서도 위아래 서열을 따지고 프라이버시를 존중하지 않는데 비해 일본은 부모 자식간이라도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는 것이 느껴진다고 한다.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도 무리한 부탁이나 의무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 일본인들은 꺼리는 면이 있다고.

결혼 8년차 사이좋은 부부이지만, 가끔 부부싸움을 한다. 싸움의 원인은 대개 성격차이나 생활습관의 차이. 서로 외국인이기 때문에 싸우는 것은 아니다.

j씨는 개인적으로는 결혼하고 나서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귈 때는 단순히 같이 놀 때가 많았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일상생활에서 직장생활 문제까지 같이 의논할 때가 많아 인생의 동반자라는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고.

‘만일 부인이 일본인이 아니고 서양인이었다면?’ 그래도 결혼했을 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결혼하는 데 있어 국적이 중요한게 아니라 사람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제결혼에는 생활습관, 가치관, 여태까지의 교육환경 등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본인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j씨는 국제결혼을 하고 일본에 거주하고 있지만, 한국의 가족, 친지들과 떨어져 사는데 대한 불만은 없다. 하지만 회사일 끝나고 아무때나 불러내서 한잔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각날 때, 그 때가 가장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때라고 한다.

– 30대 남성, 일본부인, 결혼 5년차, 자녀 1명

역시 일본어학교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나 국제결혼에 골인한 d씨.

부인이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와서 본격적으로 사귀게 된  d씨 커플은 한국에서 만남을 갖고 있었지만, 어느날  d씨가 다니고 있던 만화잡지가 폐간하게 된다. 마침 한국의 일본어 학원에서 강사를 하고 있던 부인도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하여 같이 일본으로 오게 되었다.

일본에 와서 다시 학교를 다니고 취직을 하니 훌쩍 나이가 든 것을 깨닫게 된 d씨.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취직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결혼도 하고, 딸아이도 태어나고 하다보니 일본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했다.

‘당분간은 딴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지’ 라고 생각한 것이 어느덧 6년. 처음에는 가족들 못 만나고 친구들 못 만나는게 가장 힘들었지만 지금은 회사 다니면서 가족들과 편안히 지내는 것으로 어느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기억에 남는 부부싸움은 결혼초 축구중계를 볼 때.

부인이 ‘만약 일본하고 북한하고 축구를 하면 어디 응원하겠느냐’고 물어와 별 생각없이 ‘북한’이라고 답했는데 그것으로 싸움이 났다. 부인은 자신이 일본인인데 어떻게 북한을 응원할 수 있냐고 하고, d씨는 같은 민족이니까 응원한다고 하고 부부생활과는 전혀 상관없는 소모적 싸움을 했다고 한다.

외국에 떨어져 살다보면, 누구나 한국에 대한 아쉬움, 그리움을 품고 살고 있을 거라고 말하는 d씨. 부모님이 아프실 때, 친구들이 자기네들끼리 술 마시고 국제전화 걸어올 때, 계절이 바뀔 때면 아직도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진다고.

d씨는 일본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마흔 살 전에는 한국에 돌아가야지 생각했는데, 그러던 것이 점점 50살, 60살이 되고 있고, 지금은 과연 돌아가서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중이라고 했다.

d씨만의 꿈이 있다면, 1년 중 일본에 6개월, 한국에서 6개월 사는 것이다.

▲ 사진은 이미지입니다  © 이승열/ jpnews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사람도 아닌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 모두 한국에 대한 그리움,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단지, 그들이 외국인과 결혼했기 때문이 아니라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는 영향이 크기도 했다.

국제결혼에 대해서 그들은 개인적으로 후회는 없지만, 문화차이, 생활차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결혼은 사람을 보고 하는 것이지 국적을 먼저 따질 일은 아니라고 했지만,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도 했다.

모국어가 다른 것에 대한 갈등도 눈에 띄었다. 아무리 외국어를 잘 한다고 해도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는 극복할 수 없는 것. 가끔은 그런면에서 할 말을 다 못해 답답하기도 하고, 큰 싸움이 날 것도 작은 싸움에 그쳐 도움을 얻기도 한다고 했다.

시부모님, 장인, 장모와의 관계는 대부분 자유롭다고 의견이 통했다. 한국만큼 의무와 책임이 따르는 관계라기 보다는 묵묵히 뒷받침해주는 부모님들이 많다고. 또한, 그들이 외국인인 것에 대한 불만보다는 더 챙겨주고 배려해주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한일커플 인터뷰 3부에서는 국제결혼 커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 자녀교육 및 자녀국적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타국에 살면서 느끼는 한일커플들의 이야기 3부도 관심있게 지켜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