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기피는 사회적 문제다

꽃향기와 더불어 전국 각지에서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따스한 봄기운을 안고 신혼생활에 나서는 커플들이 많아서다. 하지만 깨가 쏟아져 고소한 냄새가 10리 밖까지 난다는 오뉴월이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고소한 향기가 덜한 것 같다.

예전에는 결혼을 꼭 해야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최근 어느 조사에 따르면 미혼 여성의 절반과 미혼 남성의 3분의 1이 결혼을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남녀간의 사랑하는 감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은데 이처럼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에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미혼남성의 40.4% 미혼여성의 19.4%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또, 결혼 기피사유로 경제적 이유를 든 남성의 87.8%가 `고용 불안’을, 여성의 `86.3%’가 `결혼비용 부족’을 들었다. 심지어 미혼남성 8.2%, 미혼여성 5.6%는 결혼을 계획했다가 경제적 문제로 연기하기까지 했다고 하니 경제적 문제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세대란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실감케 한다.

예비부부들에게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은 아무래도 신혼집 구하기다. 우리나라 전용 60㎡ 이하 아파트의 평균 집값은 1억8000만원이고 전세가격은 매매가격의 63%에 달한다. 서울시내에서 아파트 전세를 얻으려면 7800만원이 더 든다.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은 2000만원대 초반 수준임을 감안하면 맞벌이 신혼부부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전세자금 마련에만 꼬박 3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을 포기하거나 늦추는 세태가 확산되고 있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인 시대가 된 것이다. 결혼은 본인의 자유의사지만 이를 단순히 요즘 세태의 한 단면으로만 넘길 수 없는 것은 결혼기피가 출산율 저하를 낳고 사회전반의 활력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저출산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를 의미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1.3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기피 현상이 지속되면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국내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더욱 떨어질지 모른다.

경제난에 막힌 젊은이들의 혼삿길을 터놓기 위해서는 먼저 체면을 중시하는 결혼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결혼식이나 예물 없이 혼인신고만 하는 대신 절감한 비용으로 신혼집 등에 투자하는 `루어훈(裸婚)’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2005년 이래로 결혼비용이 매년 평균 40%씩 증가하면서 허울 좋은 결혼식을 과감히 던져버리는 젊은 부부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작은 결혼식을 치르려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남자가 집을 해오면 여자가 채운다는 기성세대의 보편적 상식에 가로막혀 작은 결혼식을 치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제는 결혼 기피ㆍ연기, 저출산 등을 유발하는 물질주의, 과시 위주의 고비용 혼례관행을 지양하고, 혼례 본래의 의미를 되살리는 내실 있고 검소한 결혼식 문화를 확산해야 나가야 한다.

여기에 더해 예비부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거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신혼부부들이 주로 찾는 전세의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주택구매를 지원해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시켜야 한다. 새정부가 4ㆍ1 부동산대책을 통해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한계가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새로 공급하는 임대주택인 행복주택 입주대상에서 신혼부부를 더 배려하고 최대 2억원까지 대출 가능한 생애최초주택구입자 자금지원 대상을 부부합산 소득 6000만원이하에서 그 이상으로 넓혔으면 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혜택도 부족한데 젊은이들의 결혼까지 나라가 걱정해줘야 하느냐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젊은 남녀들이 던지는 `과연 결혼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나라와 사회가 대답해주지 못한다면 신혼과 출산의 깨소금의 실종은 물론이고 국내 경제성장도 발목을 잡힐 수 있다.